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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사람이라면 굳이 무심사 보험에 가입하기보다는 건강검진을 받고 일반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보험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아무 이유 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게 아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고화질의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나이가 많아도, 어떤 병이 있어도 다 받아드립니다.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습니다. 지금 바로 전화 주십시오. 15XX-XXXX.”
모 탤런트가 나와서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고 선전하는 한 실버보험의 광고 대사다. 특히 건강이 좋지 않은 노인들에게는 솔깃한 광고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고 여러 가지 보장을 해줄까?

65세 된 아버지가 있는 기자의 친구는 이 홈쇼핑 광고를 보고 보험에 가입하기로 결심했다. 그동안 보험을 들어드리고 싶어도 일반 보험사에서는 나이가 많다는 등의 이유로 쉽게 가입이 되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실버보험 홈쇼핑 광고를 본 것이다. 전화를 거니 상담원이 전문용어를 써가며 속사포처럼 이것저것 묻더란다.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답변을 마치고 가입을 ‘완료’했다.

하지만 보험증권과 함께 도착한 계약서에 나온 월납부액6만9천2백원. 20년 만기로 계약종료 시점에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이 1천만원이었다. 가만히 계산해보니 친구가 20년간 내야 할 보험료는 1천6백60만원이었다. 오히려 보장받는 금액보다 보험료를 6백60만원이나 더 내야 할 판. 계약 내용을 꼼꼼히 살펴본 친구는 결국 보험 가입을 포기했다. 굳이 건강한 사람이라면 비싼 실버보험을 가입할 이유가 없었다.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아도 전화 통화만으로 가입이 완료된 상태라 다시 전화로 해지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또 다른 한 친구는 고령의 어머니를 위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실버보험에 가입하려고 문의를 했다. 그런데 어머님께 꼭 필요한 치매, 골절, 등 몇몇 질병보장을 받으려 하니 가입자에게 건강검진이나 병력고지를 요구하더란다. 아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고 해놓고 왜 묻느냐고 따졌더니, 특정 질병은 특약상품으로 납부액을 추가 지불해야 한다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가입을 결정했다.

가입 조건이 없는 대신 월납부액 많고 수령액은 적어
문제는 얼마 전 발생했다. 어머니가 빙판길에 미끄러져 척추 골절을 당해 수술을 받았고, 보름 가까이 입원했다. 친구는 골절 사고에 최고 1천5백만원, 골절 수술비 1백만원이 나온다고 알고 있어 보험사에 전화를 걸었더니 세부약관을 들이대며 입원비만 달랑 1백80만원을 주더란다. 수술비는 아예 지급되지도 않았다. 보험사 말대로 1천5백만원을 받으려면 온몸의 뼈가 부러질 정도, 또는 1급 장애 수준이 되어야 가능했다. 최대로 보장받을 수 있는 금액을 마치 모든 상해에도 다 해당되는 것처럼 과장광고를 한 것이다.

‘무(無)심사 생명보험’은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해서 일반 보험에 가입할 수 없거나 건강한데도 나이가 많아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상품이다. 미국에서는 주로 나이 많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이나 고지의무 등의 절차를 생략하고 가입시켜 장례비용을 사전에 적립하기 위한 보험으로 쓰인다는 것.

보험소비자연맹에 알아보니, 무심사 보험은 보험 심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위험률이 높기 때문에 보험료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고 한다. 보험료를 비싸게 해서 가입 대상을 넓힌 것을 보험사는 가입자에게 마치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광고하는 셈이다.

실버보험 중 가입한 뒤 1년에서 5년마다 갱신되는 보험 상품은 갱신 때마다 보험료가 오르는데 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TV 광고에서는 이러한 설명을 작고 빠르게 말해 보통 청력으로는 이 말을 ‘캐치’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다. 자동이체를 해놓은 경우에는 보험료 인상 사실을 모르고 지나치는 가입자 수도 부지기수. 통장을 꼼꼼히 체크하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다는 것. 치매가 보장되는 보험의 경우에는 보상 범위와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대부분 보험사들은 가입 후 2년 안에 치매에 걸릴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따라서 건강한 사람이라면 굳이 무심사 보험에 가입하기보다는 건강검진을 받고 일반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보험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아무 이유 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게 아니다. 

위글은 보험사의 소정의 수수료를받고 작성함